집계 안 된 광고비만 6조원…“분류부터 갈아엎어야”

집계 안 된 광고비만 6조원…“분류부터 갈아엎어야”

[인터뷰]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

‘4대 매체’ 중심에 둔 전통적인 광고의 정의 버리고 새 정의 정립 제안
넷플릭스 등 해외 OTT 광고비도 집계 예외…통계 조사 수정 필요성
26일 애드아시아 학술대회서 ‘광고의 새로운 정의와 통계조사 기준’ 발표

ai 투자 : 더피알 = 김민지기자 | 전체 광고시장에서디지털 광고비의 비중이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시대다. 반면 방송 광고비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ai주식/주식ai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비는 2017년 약 4조 원에서 2021년 8조 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반면 2021년 방송 광고비는 4조 원에 그쳤다.그것도 코로나19 수혜로 2017년의 3조900억원에 비해소폭 증가한액수다.

그러나광고업계의 기본 이론은 여전히 전통적인 4대 매체(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잡지)에 국한돼있다. 광고정의에는 일방적 송출의 뉘앙스만 담겨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광고산업조사’ 기준에는 디지털 광고업계를 모두 포함하지 못한다고 업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광고학회장과 한국PR학회장을 역임한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 역시 이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10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애드아시아 학술대회에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의 재정의와 통계 조사 기준 개선'을 발표한다. 강연에 앞서그를 미리 만나봤다.

광고 정의, 디지털광고 산업에 맞게 변경돼야

광고란 명시된 광고주가 유료로 아이디어와 제품 및 서비스를 비대인적으로 제시하고 촉진하는 일체의 형태이다.(미국마케팅학회, 1963)

60년 전에 만들어진 ‘광고’에 대한 전통적 정의를 김병희 교수는 광고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심층 면접을통해아래와 같이 수정했다.

광고란 광고 주체미디어(플랫폼)를 통해 제품이나 브랜드 콘텐츠메시지를 소비자에게전달하거나 상호작용함으로써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전략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본 연구, 2023)

정의 수정의 핵심은, 플랫폼 형태의 광고 집행 매체를 이해하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광고주의 경우 ‘광고 주체’라는 더 포괄적인 용어로 변경됐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 또는 1인 광고도 그에 못지않게 발달해서다.

'플랫폼'은 4대 매체의 전통성을 거스르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이 광고 집행의 핵심 매체가 된 것이다.

내용 또한 제품·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닌 '브랜드 콘텐츠'를 통해 은연중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고객과의 상호작용'도, 대중 매체를 통한 일방적 설득을 넘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발표 이후 업계 관계자 간에 많은 의견이 오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박을 해도 좋으니 현 광고 산업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광고와 PR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분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라보고 마케팅까지 통합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이렇게 산업 현황을 다시 들여다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것이 광고 재정의가 갖는의의입니다.”

과거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진 소비자 구매 결정…광고업계가 다각화된 이유

“‘느낌적 느낌’, 요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죠.”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언어적인 느낌을 말한다. 어떤 포인트에서, 또 어디서 그들의 호감을 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에 한몫하는 요인이다.

‘옴니채널(Omni-channel)’의 구매 환경이 이를 유도했다.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유통 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인 옴니채널, 즉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쇼핑 체계다. 이 때문에 구매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사방으로 퍼져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더 현명해지고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 광고 산업은 더 세분화되고 새로운 업종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고 산업을 기존 4대 매체 위주로 규정하는 것은 이제 오래된관점입니다. 지금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봐야 하는 시대고, 이미 많은 기업이 그 추세대로 전략을 짜고있습니다.”

AI 광고업은 기존 분류체계 어디에 들어가야 하나…재정립 필요

반면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는 변화된 광고 산업을 두루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통계 조사, 비용 조사에도 맹점이 생긴상황이다. 김 교수는 산업의 기본이 되는 분류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고산업조사’에 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광고산업조사는 광고산업을 6개의 유형으로 구분한 통계 데이터다.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에 맞춰 광고대행업, 광고제작업, 광고전문서비스업, 인쇄업, 온라인광고대행업, 옥외광고대행업으로 조사 기준을 분류했다.

김 교수는 광고 산업 업종을 빠짐없이 조사해 나열하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기존에 분류하기 어려웠던 디지털에 특화된 업, 예를 들어 MCN(1인 인터넷 방송 관리 사업), 생성형 AI 광고업 등도 모두 포함됐다.

이를 크게 생산, 유통, 서비스, 상품 개발, PR로 분류했다. 기존의 업종 분류가‘이 업체는 광고매체 대행, 이 업체는 인쇄 담당’처럼 업체의 큰 특징을고려해 나눴다면,김 교수는 업 자체는 더 세세하게 바라보되 큰 구분은 제품·서비스의 생산 프로세스기반으로 분류했다.

“과거 광고회사들은 ‘광고 제작’에만 집중했습니다. 현재는 상품 생산부터 함께 참여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 개발 역할도 일부 하고 있죠.”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 분류 기준에 맞지 않는 업종도 생겨났다. 이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산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을 다시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 저는 가치사슬 체계, 즉 생산, 인프라, 유통, 서비스 등으로 나눴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재구성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존 조사 기준의 한계 중 하나가 디지털 광고비 추산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김 교수는 네이티브 광고, 인플루언서, 바이럴 광고, 기타 디지털 광고에 해당하는 24.1%가 현재의 광고 산업 통계에서 상당 부분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액수는 2022년 기준 대략 6조6803억 원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같이 외국 OTT 기업에 송출되는 광고 비용은 현재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비용만 고려해도 현 추산액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커머스·전문 쇼핑몰·종합쇼핑몰 디지털 광고 8386억 원, 인플루언서 및 바이럴 광고 1조491억 원 등 포함되지 않은 광고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모두 고려할 경우 광고산업조사에서 추산한 총 광고비 18조8219억 원은 25조5022억 원 규모로 증가한다.

통계 산출 기관에 따라서 집계 비용 차이도 컸다. 인쇄 광고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방송통신광고비조사’와 ‘광고산업조사’의 차이가 9741억 원이며, 옥외광고 분야의 경우 ‘옥외광고통계’와 ‘광고산업조사’의 차액은 1조6727억 원이다.

“옥외광고만큼이나 커머스, 인플루언서 광고도 하는데, 이 부분도 이제 고려할 때가 왔습니다. 그동안 못했던 이유는 기준 정립이 완벽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기준이 세분화되면 통계 조사 모집단도 정교화돼 현황을 더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반영돼 미래의 디지털 광고 산업까지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Tag#디지털광고#광고정의#광고산업조사#옴니채널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김민지광고, 마케팅 최신 트렌드에 주목합니다.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