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민원 폭탄’ 맞은 아파트 관리소장 “혼란의 도가니”

‘수신료 민원 폭탄’ 맞은 아파트 관리소장 “혼란의 도가니”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으로 민원 폭탄을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이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떠맡겼다는 지적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아파트 단지 상황에 대해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 '작은 아파트에서도새로운 사안을 시행할 때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갖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아파트관리신문은 김도형 주택관리사의 특별기고문<TV수신료 분리 신청에 민원 폭탄 맞은 관리소장이 보내는 공개질의>를 게재했다.김 관리사는 "방송법 대통령령을 급하게 개정한 책임자들에게 공개 질의한다"고 했다.

기존 수신료 통합징수 체계에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수신료를 관리비에 포함시켜 납부했다.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현행법상 아파트 입주자의 전기료 납부를 대행하고 있다.

그런데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추가적인 업무가 생겨났고, 당국이 이를 관리사무소의 업무라고 규정하면서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입주자들은 정부발표로 인해 수신료 민원을 관리사무소에 접수하고 있고, 관리사무소는 의무 없는 일을 떠맡게 돼 권한도 없는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입주자로부터 수신료가 걷히지 않을 경우 그 손실을 다른 아파트 입주자들이나 관리사무소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관리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런데 갑자기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면서 관리사무소가 한국방송공사(KBS)의 TV수신료 분리 신청을 받는 주체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김 관리사는 "방송법 시행령이 7월 11일 개정되고 시행 첫날인 12일부터 정부는 공동주택의 TV수신료 분리 신청은 관리주체, 즉 관리사무소에서 하면 된다고 발표해 버렸고 언론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추가로 오후에 급하게 팩스로 날아온 한국전력 공문에도 '관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수신료 분리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라'고 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관리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업무를 하지 않으면 징역, 벌금, 과태료 처분 등에 처해진다며 법에 근거하지 않은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관리사무소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관리사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3항을 보면 전기료, 수도료, 가스사용료, 지역난방비, 정화조 오물수수료, 생활폐기물 수수료, 건물 보험료,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용료로 명시하면서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하지만 KBS가 방송법에 따라 부과·징수해야 하는 TV수신료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징수 대행할 수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위 대통령령에 없는 항목을 부과하면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2항 규정을 위반한 것이 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관리사는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추진을 지적했다. 김 관리사는 "일선의 작은 아파트에서도 관리사무소와 의결기구인 대표회의가 새로운 사안을 의결하고 시행할 때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갖는다"며 "홍보는 언제까지, 어떻게 할지, 신청 접수는 누가 어떤 양식으로 받을지 준비한다. 그런데 전 국민의 63.5%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의 TV수신료 분리납부 신청을 갑자기 바로 오늘부터 받으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김 관리사는 "한전 또한 (수신료를)관리소에서 어떻게 신청받아 어떻게 넘겨주면 다음 달 전기료 청구에서 어떻게 빼주겠다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설령 관리소에서 TV수신료 고지서를 만들어 배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고지서 제작비용은 한전이나 KBS가 주는지, 아니면 입주민들 비용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야말로 전국의 수많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혼란의 도가니"라고 했다.

한전은 수신료 분리징수로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1건당 680원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하고 있다. 수신료 징수에 연간 185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한전이 해당 비용 일부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가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김 관리사는 "시행령을 개정한 이들에게 묻고 싶다"며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어떤 법적 근거에 따라 KBS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부과·징수해야 하는 TV수신료 관련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전국 아파트 관리소가 KBS의 내부조직이었거나 KBS의 자회사였던 적이 있는지 등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단체와 한전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25일 회원들에게 "한전은 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TV수신료 분리세대에 대한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수신료를 징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곧바로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구독하기클릭!